얼마 전 일본 여행을 다녀오셨다는 과장님. 사무실 직원들에게 사탕 한 봉지씩을 선물합니다. 여행지에서 사 온 기념품이라는데요. 사탕이 까맣습니다. 검은 포장지에 흰색 붓글씨체로 ‘黑(흑)’자가 큼지막합니다. 사탕 한 알을 입에 넣으며, 우리의 김삼양 대리는 눈치챕니다.
‘아, 과장님 오키나와 다녀오셨구나.’
사탕수수에서 사탕무우까지, ‘설탕의 성벽’ 일본
오키나와의 특산품, 흑당(黑糖)
오키나와는 설탕으로 유명합니다. 특히 정제하지 않은 검은 설탕, 즉 흑당(黑糖)은 이 지역의 특산품이죠. 흑당으로 만든 흑사탕은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좋습니다. ‘일본 음식은 오키나와 덕분에 단맛을 얻었다’는 말도 있는데요. 그만큼 오키나와의 사탕수수 재배, 제당 기술은 오랜 전통을 지니고 있습니다.
오키나와의 사탕 수수 농업 발달은 기후가 큰 몫을 했습니다. 오키나와는 연평균 기온 약 23도 내외인 아열대 지역입니다. 겨울 기온이 15~18도 정도이기에, 야구 선수들의 동절기 전지 훈련지로도 자주 거론됩니다. 온난 기후는 사탕수수 재배의 중요한 조건이니까요. 일본 최북단의 섬 훗카이도(북해도)에서는 사탕무우를 재배합니다. 훗카이도는 겨울이 길고 여름이 서늘한 편이기 때문에, 추운 지역에서도 잘 자라는 사탕무우를 이용해 설탕을 만드는 것이죠.
이렇듯 오키나와의 사탕수수와 훗카이도의 사탕무우 농업이 있기에, 일본은 설탕 농업과 설탕 제조 산업 모두를 보호해야 합니다. 일본의 설탕 관세가 세계 최고 수준인 이유입니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설탕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일본에서는 수입 과징금까지 포함하면 약 300% 내외의 관세가 수입되는 설탕에 부가됩니다. 세계 제당 기업들에게 일본은 ‘설탕의 성벽’인 셈입니다.
수입 설탕은 왜 찾아보기 힘들까?
수입산 설탕에 대한 고관세 부과, 일본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브라질, 태국, 인도 등 사탕수수 재배국들도 수입산 설탕에 높은 관세를 매깁니다. 왜일까요?
설탕은 그 자체로 식품이면서, 다른 식품들의 원료도 되는 소비재입니다. 설탕 생산량이 줄면, 설탕이 들어가는 모든 식품들의 값이 오르겠죠. 따라서 안정적 공급 확보가 필수입니다.
반면 세계 설탕 시장은 자국 내 소비 충족 후, 남은 물량을 수출하는 덤핑 시장입니다. 가격은 싸지만 공급량이 어떻게 달라질 지 알 수 없습니다. 설탕의 원료인 원당(사탕수수 혹은 사탕무우에서 추출한 결정)의 가격 역시 유동적입니다. 사탕수수와 사탕무우의 작황에 따라 가격이 요동칩니다. 게다가 최근 부상한 ‘사탕수수 에탄올(사탕수수를 이용한 바이오 연료)’ 산업도 원당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죠.
이런 이유들로 각국 정부는 설탕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수입 시 높은 관세를 부과합니다. 또한, 설탕 수입국들은 주요 생산국들과 협정해 일정량만을 들여옴으로써, 자국 내 설탕 산업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사탕수수가 설탕이 되기까지!
사탕수수는 설탕의 원료가 되는 작물입니다. 사탕수수에서 즙을 짜내고, 이 즙을 끓여 농축시키면 결정이 만들어지는데요. 이 결정이 설탕의 원료가 되는 원당입니다. 원당에서 불순물을 제거하고 정제하면 우리가 아는 설탕이 됩니다. 사탕무우를 이용해 만드는 과정도 큰 차이는 없습니다.
세계 최대의 사탕수수 생산국은 브라질입니다. 당연히 브라질의 원당 및 설탕 생산량 역시 세계 1위입니다. 브라질 외 주요 설탕 수출국은 태국, 유럽연합(EU), 인도 등입니다. 사탕수수 혹은 사탕무의 생산 능력이 곧 설탕 생산 능력인 셈입니다. 삼양사는 사탕수수, 사탕무우 등을 재배하는 국가들로부터 원당을 들여와 설탕과 조정품을 만들고, 해외로 수출하고 있습니다.
삼양사 ‘조정품’, 관세의 장벽을 넘어
복잡한 요인들이 얽혀 있는 세계 설탕 시장. 그중에서도 자국 설탕 농업과 산업 모두를 철벽같이 보호하는 일본은 그야말로 철옹성처럼 보이는데요. 삼양은 바로 이 지점에서 일본 진출의 공략법을 발견했습니다.
일본 내 설탕의 성벽 넘기는 해외 기업들만의 난제가 아니었습니다. 현지 기업들의 고민이기도 했죠. 자국 설탕의 높은 가격 때문이었습니다. 연간 일본에서 생산되는 설탕은 800만 톤 내외지만, 소비량은 2,000만 톤을 넘습니다. 부족한 물량을 수입으로 메우다 보니, 일본의 설탕 가격은 전 세계 평균과 비교했을 때 비싼 편입니다. 우리나라의 약 두 배 정도에 달하고요.
설탕을 대량으로 사용해야 하는 제과, 제빵 등 식품 기업들은 원가 절감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있습니다. 삼양사는 설탕을 기반으로 다양한 부재료를 혼합한 ‘조정품’을 만들어, 일본과 미국 등지로 연간 약 8만 톤 정도를 수출하고 있습니다.
조정품의 재료가 되는 삼양사 큐원 설탕
조정품이란, 삼양사가 생산한 설탕에 제과·제빵 업체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밀가루, 소금, 기능성 당 등을 첨가한 제품을 말합니다(조정품에 들어가는 부재료는 고객사 요구에 따라 다양합니다). 설탕을 원료로 만든 별도의 제품, 즉 설탕 자체와는 구분되는 품목이므로 높은 관세를 피할 수 있죠.
삼양은 일본 현지 기업들과 오랜 기간 거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특히 올해로 창업 70년째를 맞은 야마자키 제빵(山崎製パン)은 1999년부터 삼양사의 조정품을 애용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대표적 제빵 기업과의 신뢰가 이십 년 가까이 이어져 온 셈이죠. 자국 설탕에 대한 자부심뿐 아니라, 일본인 특유의 장인(匠人) 문화도 스며든 현지 설탕 시장에서 삼양사 조정품은 당당히 품질을 인정받은 것입니다.
단맛이 전부는 아니다
음식에 설탕을 넣는 경우는 대개 두 가지입니다. 단맛을 내거나, 전체적인 맛을 고르게 할 때. 후자의 대표적인 예는 김치입니다. 김장할 때 설탕을 적당량 더하면, 숙성 과정에서 김치 맛이 안정된다고 하죠.
설탕, 단맛이 전부는 아닙니다. 설탕은 혼자만 달아서는 안 되고, 자신의 단맛을 잃음으로써 다른 맛들을 살려줄 수도 있어야 합니다. 설탕의 단맛 철학은 기업 경영에도 부합됩니다. 고객 모두의 삶을 맛있게 하는 설탕 같은 역할, 바로 삼양의 지향점이기도 합니다.
삼양사의 조정품 수출은 많은 양은 아니지만, 설탕은 수출하기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찾아낸 틈새시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라고도 할 수 있죠. 지금도 삼양은 지속적으로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의 풍요롭고 편리한 생활을 위해 삼양이 도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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