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출근길, 지금 횡단보도를 건너지 못하면 틀림없이 지각이라는 것을 직감합니다. 하지만 건너려는 찰나, 신호가 빨간색으로 바뀌었습니다. 횡단보도 앞에 멈춰 섰습니다. 신호는 왜 이리 긴 지. 아, 오늘도 딱 1분이 말썽입니다.’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은 거의 없을 것 같지만 물어보겠습니다. 왜 빨간 불에 멈춰 서야 했을까요? 지나는 차도 없었고 심지어 옆 사람은 뛰는 척 걸어서 길을 건너는데 말입니다. 유치원 시절, 횡단보도는 초록색 신호에만 건너야 한다고 배워서 일까요? 그것 때문만은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의 거의 모든 규칙과 장치들은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존재한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횡단보도와 신호등 또한 우리 몸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이기 때문에 건너지 않고 멈춰 섰던 것이겠죠. 다시 말해, 횡단보도가 그려져 있는 도로를 초록색 신호에 건너는 것은 인간의 생명과 재산의 보호를 위해서 만들어진 규칙이라는 겁니다. 너무 사소해서 보호라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익숙해진 규칙 말이죠.
아주 사소하지만 보호라는 장치를 가진 물건들
보호는 사람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 생활에서 사용하고 있는 물건들에도 보호란 것이 필요한데요, 여기 횡단보도와 신호등만큼 워낙 익숙해져서 보호라는 장치를 가지고 있는지도 몰랐던 것이 있습니다. 바로 충전 케이블입니다.
여러분이 시간 날 때마다 콘센트에 꽂아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 충전 케이블
여기에 무슨 보호 장치가 있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군요. 케이블의 전선을 보호하는 피복이 바로 그것인데요, 그냥 고무 비슷한 것으로 만드는 것 아니냐고 하시겠지만 사실 케이블의 피복이 되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자질이 필요하답니다.
늘리거나 꼬아도 제 형태를 되찾는 내구성, 절절 끓는 아랫목에 오랜 시간 방치되어 있어도 끄떡 없는 내열성, 가방 속 다른 물건들과의 온갖 마찰에도 잘 견뎌낼 수 있는 내마모성, 깔고 앉거나 홧김에 집어던지더라도 제 기능을 잃지 않는 내충격성, 산이나 염기에도 견디는 내화학성을 모두 갖추고서야 비로소 케이블의 피복이 될 수 있거든요.
보호에 꼭 필요한 소재, TPEE
그럼 보호를 위해서는 어떤 소재가 필요할까요? 어떤 제품이든 완벽한 보호를 위해 좋은 특징만을 두루 갖춘 TPEE라는 소재가 정답이겠네요.
TPEE (Thermoplastic Polyether-ester Elastomer)는 플라스틱과 같은 기계적 강도(경도)와 고무처럼 유연한 성질(탄성)을 모두 갖춘 열가소성 탄성체로서, 내구성, 내열성, 내마모성, 내충격성, 내화학성이 우수합니다. 또한 일반 고무에 비해 3배 이상 수명이 길고 2배 정도 가볍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TPEE가 경도와 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 즉 형태를 잘 유지하면서도 유연함을 동시에 가질 수 있는 이유는 TPEE의 구조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요, 우수한 기계적 강도를 내는 경질부(Hard Segment)와 고무처럼 유연한 성질을 내는 연질부(Soft Segment)가 서로 결합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TPEE 태생의 비밀
사실 TPEE는 아주 사소한 생활 속 제품을 보호하기 위해 개발된 소재는 아닙니다. 지금도전 세계 TPEE 생산량의 50%가 사용되고 있는 자동차의 등속 조인트(Constant Velocity Joint) 보호용 부츠(Boots) 역할을 위해 탄생하게 되었지만 개발해놓고 보니 그 우수한 성질 덕에 쓰임이 다양해졌을 뿐이죠.
등속 조인트라는 부품은 자동차가 달리는 노면의 상태에 따라 연결부위가 꺾인 상태에서 바퀴에 회전력을 전달합니다. 이때 상당한 마찰열과 외부의 충격이 발생하게 됩니다. 따라서 자동차의 성능을 오랫동안 유지하기 위해서는 열과 충격에 강하고 화학적 변화에도 안정적인 소재, 바로 TPEE가 필요했던 것이죠.
그런데 2000년대 초반까지는 이렇게 중요한 부품을 모두 해외에 의존해오고 있었다고 해요. 운전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부분이라 생산 공정과 내구성 테스트 등이 아주 까다로웠거든요. 그래서 2002년, 저희는 등속 조인트 부츠 국산화를 위해 GM대우, 한국 델파이(KDAC), 광덕 A&T, 건화-트랠러보그 등과 공동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2007년, 국내 최초로 국산화에 성공하게 되었죠. 현재는 국내외 여러 자동차 제조사에서 삼양이 생산한 등속 조인트 부츠가 사용되고 있답니다.
삼양의 TPEE 제품, TRIEL
삼양이 만드는 TPEE 제품인 TRIEL은 컴파운드 형태로 제작하여 다른 소재와의 결합이 용이하다는 것이 가장 큰 특장점입니다. 그만큼 고객이 원하는 제품의 특성을 잘 반영할 수 있다는 뜻이죠.
우리 생활 속에서 삼양의 TRIEL은 자동차의 등속 조인트 부츠 이외에도 전선 피복, 웨어러블 밴드, 가전 제품, 공구의 미끄럼 방지용 그립 등 보호가 필요한 많은 곳에 쓰이고 있습니다.
보호는 위험요소를 제거 또는 차단하는 것, 안전을 위한 장치를 마련하는 것, 그리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것으로 그 형태를 나눠볼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근본적인 보호는 지속적인 관심이 아닐까요? 삼양은 앞으로도 더 많은 곳에 보호의 손길이 닿을 수 있도록 여러분의 생활 속을 깊이 살피는 기업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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