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한 지 20년이 다 되어가는 영화가 새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당시 엄청난 흥행몰이를 한 2000년도 개봉작, <치킨 런>인데요, 지금 다시 이 영화가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와 서울대 소비 트렌드 분석센터가 2017년 키워드로 ‘치킨 런(Chicken Run)’을 뽑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트렌디한 2017년을 위해 <트렌드 코리아 2017>의 키워드 ‘CHICKEN RUN’을 압축, 요약해서 설명해드릴게요! 키워드의 의미를 되뇌며 이제 막 시작된 정유년 새해의 다짐을 다시 정리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C_인생 뭐 있어? 현재를 즐겨! 욜로 라이프
첫 번째 키워드는 tvN <꽃보다 청춘>에서도 나왔고, 건강보험 개혁안 홍보 영상에서도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말하기도 했던 그 단어, 바로 욜로 라이프입니다. 욜로 라이프란 'You Only Live Once'의 약자로, '한 번뿐인 인생'을 뜻하는 말인데요,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지 않는다는 의지를 뜻하기도 합니다. 기성세대가 추구하는 ‘아껴서 잘 살자’와는 정반대의 개념이죠?
하지만 무조건 놀고 먹자는 충동적인 의미는 절대 아니에요. 욜로 라이프는 후회 없이 이 순간을 온전히 즐기자는 의미를 담고 있답니다. 여러분도 올해에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목표가 아니라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한 목표를 우선순위에 두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며 있는 그대로를 즐길 줄 아는 욜로 라이프를 실천하셨으면 좋겠어요.
H_가성비와 가치, 둘 다 놓치지 않을 거예요. 'B+ 프리미엄'
모나미 153 볼펜 프리미엄 한정판과 Black&White
출처 / 모나미 홈페이지 및 페이스북
2016년 주요 트렌드 중 하나가 바로 가성비였는데요, 해가 바뀌었지만 2017년에도 가성비는 여전히 HOT한 트렌드랍니다. 하지만 2016년의 가성비와는 조금 다르다는 사실! 명분보다 실리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성향이 더욱 강해져 합리적인 가격에 품질이나 서비스를 높인 프리미엄 상품이 인기를 끌 것이라고 합니다. 삼성의 갤럭시A5로 대표되는 스마트폰, 화장품 업계, 고급 편의점 도시락 등 B+ 프리미엄은 산업 전반에 걸쳐 폭넓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B+ 프리미엄 제품이 사랑받게 된 이유는 장기적인 경기 불황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가성비는 기본이고, 이와 더불어 프리미엄 서비스나 품질도 기대하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됩니다. 다시 말해, 저성장이라고 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 것이 아니라 구매 기준이 좀더 까다로워진 것이죠. 가격이 저렴하면서, 품질도 좋아야 진짜 가성비 아닐까요?
I_욜로 라이프를 실천하는 이들, 픽미 세대
출처 / 아이오아이 페이스북
“픽미 픽미 픽미업~” 지난 2016년 하반기를 강타한 아이오아이의 픽미(Pick Me). 아이오아이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에서 탄생한 아이돌 그룹인데요, 이들처럼 뛰어난 역량과 스펙은 갖추었지만 나를 선택해 달라는 간절함을 품고 사는 세대가 바로 픽미 세대입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뽑혀야만 살아남을 수 있기에 픽미 세대에게 미래란 불안함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이 불안함 속에서도 현실의 소소함과 즐거움을 찾는 욜로 라이프를 실천하고, 살아남는 법을 스스로 터득하는 것이 픽미 세대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C_보이지 않는 배려의 기술, '캄테크'
일상생활에 첨단기술을 내장해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도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을 뜻하는 캄테크. 인공지능, 센서, 네트워크, IoT, 뇌공학, 인지과학 등 첨단기술 분야에 적용되는 캄테크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기술을 활용하면서도, 그 기술에 지배당하지 않겠다는 소비자들의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해요. 평소에는 그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더라도 필요할 때마다 도움을 주는 캄테크, 삼양과 닮지 않았나요? :)
K_그래도 사람만이 믿을 수 있어서 성공의 Key는 '영업'
최근 발간되는 서적들이 예측하는 ‘영업의 종말’은 당분간 오지 않을 듯 합니다. 첨단 마케팅의 시대이지만 역설적이게도 가장 원초적인 인적 영업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업사원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소비자의 선택이 달라질 수 있고, 이는 곧 기업의 성과로 이어지기 때문에 영업의 중요성은 계속해서 강조되고 있습니다.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 일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지만 구매의 순간을 만드는 건 역시 사람이라는 것, 올해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_나홀로족이 이끄는 '1코노미' 시대
1인 가구가 늘면서 혼술, 혼밥, 혼영 등 1코노미 트렌드가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1인 소비 확산이라고 보시면 섭섭해요. 1인용 캠핑 용품, 1인용 영화관 좌석 서비스 등 1인 생활에 제품과 서비스가 맞춰지는 것을 보면 이들이야 말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만드는 파워 컨슈머라 할 수 있겠어요.
N_채움을 전제로 하는 버림
최근 미니멀 라이프가 유행하면서 정리하고, 버려야 한다고 주장하시는 분들 많으시죠? 미니멀리즘은 동일본 지진 발생 이후 일본에서부터 시작된 트렌드인데요, 이를 무소유의 버림이나 버림의 미학이라고 섣불리 판단하면 안돼요~ 버림은 새로운 것으로 채우기 위해서 선행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채움을 위한 버림이라, 참 역설적인 현상이네요.
R_수요 중심의 경제, '컨슈머토피아'
출처 / 카카오 택시
공급자가 제품을 생산하면 소비자는 그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해 구매하던 시장의 작동방식이 변하고 있습니다. 공급이 수요를 만드느냐, 수요가 공급을 만드느냐의 차이인데요, 지금까지는 공급이 수요를 만들어냈지만, 점차 수요가 공급을 이끌어가는 것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게 다 모바일 온디맨드 서비스 덕분인데요, 온디맨드는 소비자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주문했을 때 즉시 해결해주는 서비스입니다. 이 온디맨드 서비스가 모바일 O2O 솔루션(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해주는 솔루션)과 결합하여 배달음식이나 콜 택시, 카 쉐어링, 부동산 서비스 등으로 나타나게 된 것이죠. 최근, 카카오에서는 주문과 동시에 제품이 만들어지는 'Makers'라는 쇼핑몰을 오픈하여 소비자의 작은 요구까지 만족시켜주는 컨슈머토피아를 실천해가고 있습니다.
U_경험이 곧 경쟁력, ‘경험 is 뭔들’
한국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한 포켓몬고!
출처 / Pokemon GO Youtube
물건을 파는 것에서 경험을 파는 것으로 시장의 법칙이 바뀌고 있다고 합니다. 물건 소유를 통해 남에게 보이는 모습보다 자신의 기억에 남는 특별한 경험에 더 큰 의미를 두는 젊은 세대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요. 최근 한국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한 포켓몬고가 가장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는데요, 어린 시절 애니메이션으로만 보았던 다양한 캐릭터들을 현실에서도 만날 수 있게 해주는 경험을 제공하여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추억을 만들어 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최근 소비 시장의 화두라고 할 수 있겠네요.
N_제 각각 살아갈 방법을 찾다, 각자도생
최근 생존 가방을 꾸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해요. 그 이유는 경주 지진이나 가습기 살균제 사고 등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계속 발생하는데도 정부의 미숙한 대응이 반복되면서 ‘내 목숨은 내가 지킨다’는 경각심이 높아졌기 때문이죠. 이런 세태를 꼬집은 2017년 트렌드 키워드가 바로 ‘각자도생(各自圖生)’입니다. 이는 믿을 건 나 뿐이고, 국가도, 사회도, 가족도 나를 보호해줄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겠다는 절박함을 나타낸 단어라고 할 수 있어요. 재난 대비마저 DIY해야 한다는 것이 좀 씁쓸하게 느껴지네요. 각자도생으로 사는 세상이지만, 누군가 도움이 필요할 때 선뜻 손을 내밀어 줄 수 있는 따뜻함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지금까지 설명해드린 10가지 키워드, 어떻게 보셨나요? 어떤 분은 그저 지나가는 유행쯤으로 생각하실 수도 있고 또 어떤 분은 키워드 속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셨을 수도 있으실 거예요. 저는 이 책이 매년 나오는 목적을 이렇게 생각합니다. 키워드가 주는 안도감. 나뿐 아니라 내 주변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으로 세상을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고 있구나, 혼자가 아니었구나 하는 안도감 말입니다. 그리고 이 안도감은 하루를 더 열심히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에너지가 되는 것 같습니다.
마무리는 애니메이션 <치킨 런>의 유명한 대사로 할까 합니다.
<치킨 런>의 진저는 “진짜 철조망은 여러분 머릿속에 있다는 거예요”라고 뼈가 있는 말은 남기죠. 닭장 속의 닭이 아닌, 철조망을 넘어 그토록 원하는 파라다이스로 간 <치킨 런>의 결말처럼 우리도 2017년에는 우리가 만든 철조망 속에 갇혀 있지 말고, 비상의 날개를 펼쳐 날아오를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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