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더워지는 여름이 다가오는 7월입니다. 벌써 피서지 바다를 찾으신 분들이 많이 있을 텐데요. 해변가의 모래로 무엇인가를 만들어 보신 적 있으신가요? 😁
이번 7월 아트삼양은 모래로 그림을 그리는 예술, 샌드아트 작가 채승웅님과 함께 했는데요. 플라스틱의 생애라는 주제에 맞춰 삼양그룹의 플라스틱 재활용에 대한 친환경 메시지를 샌드아트로 풀어냈습니다. 작품 영상의 중간을 보면 모래와 함께 실제 재활용 플라스틱 플레이크와, 리사이클 패트칩을 활용해 보기도 했습니다. 그럼 이번 7월 아트삼양 작품 같이 감상하시고 열정이 넘치는 채승웅 작가님과의 인터뷰도 살펴보러 가실까요?(스압 주의🤣)
🔎 안녕하세요, 채승웅 작가님! 독자분들을 위한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2012년에 데뷔한 샌드 아티스트 채승웅입니다. 샌드 아티스트는 말 그대로 모래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죠. 모래로 그림을 그리며 공연하고, 영상을 제작합니다. <샌드아트코>라는 샌드아트 전문 회사를 운영하며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하고 있습니다. 2021년부터 샌드아트 키트를 개발해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잡지기자로 일하던 저는 2009년 우연한 기회에 샌드아트 공연을 현장에서 보게 됐습니다. 공연이 진행된 15분 동안 몸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집중했던 게 기억납니다. 한 마디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그 공연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딱 두 가지였습니다. ‘와, 정말 재미있겠다’, ‘나도 조금만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두 가지였죠.
해보고 싶었지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샌드아트를 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으니까요. 장비, 가격 등 정보를 얻는 것도 매우 힘든 일이었습니다. 무작정 화방에 가서 미술용 모래와 하얀색 우드락을 사 와서 집에서 제가 할 수 있는 방법대로 그림을 그렸죠. 어찌어찌 그림을 그릴 수는 있었지만, 모래를 펼치고 지우면서 그리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에 생각처럼 빠르게 그릴 수는 없었습니다. 제가 봤던 공연과는 거리가 멀었죠. 그렇게 몇 번 그린 뒤 잠시 묻어두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2012년 여름, 샌드아트 아카데미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상담받았습니다. 당시 저는 <더빵닷컴>이라는 소셜커머스 사업을 실패한 후 조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사회에 다시 나오기 위해 뭐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마침 샌드아트가 떠올랐던 것이지요.
샌드아트 아카데미에서 잘 배운 뒤, 그해 가을 한 장애인복지관 창립기념행사에서 직접 창작한 공연을 올려 샌드 아티스트로 데뷔했습니다. 첫 공연이라 부족한 부분이 많았는데도 공연을 보신 분들이 좋은 말씀들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특히 감동하였다며 눈물을 보이시는 분들을 보며 ‘아, 이 일이 정말 좋은 일이구나’를 알게 됐죠. 그렇게 계속 샌드아트를 했습니다.
🔎 작가님이 생각하시기에 다양한 예술 장르 중에서도 샌드아트만의 매력이 있다면 어떤 점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샌드아트는 정말 다양한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원래 그리던 그림을 소재만 바꿔 모래로 그린다’는 개념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일단 그림을 그리는 방식이 매우 독특합니다. 모래를 지우고, 더하는 방식이 자유롭고 빠릅니다. 점, 선, 면을 표현함에서도 (지우거나 더하며) 다양한 굵기, 크기를 빠르게 바꿔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그림을 지우는 과정과 동시에 더하면서 그리는 방식은 아직은 샌드아트가 유일하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컴퓨터로 그리는 방식은 예외입니다)
같은 대상을 표현하면서도 다르게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샌드아트 안에서도 그리는 방식이 여러 가지이다 보니 훨씬 더 다양한 표현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렇게 독특한 방식으로 그리게 되면서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하게 됐습니다. 그림을 그리기 전부터 어떻게 하면 다르게 표현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되는 것이지요. 생각의 다양성, 이건 모든 아티스트가 추구하는 방향이 아닐까요?
🔎 이번에 작가님과 협업하면서 저도 그 매력에 푹 빠졌는데요. 특히나 샌드아트라고는 믿기 힘든 디테일한 표현이 느껴지는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작가님의 작품중 애정하는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제가 특별히 아끼는 작품이 있습니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반 고흐 자화상, 피리 부는 소년을 한 장면에 담은 그림입니다. 이 그림을 아끼는 이유는 이 그림이 제 샌드 아티스트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한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2016년 4월 말부터 오스트레일리아 멜번에서 40여 일간 거리 공연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 작품은 당시 거리에서 즉흥적으로 그린 그림입니다. 원래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만 그리려고 했는데, 그림을 완성했는데도 구경하는 사람들이 자리를 떠나지 않는 바람에 그 옆에 반 고흐와 피리 부는 소년을 더 그렸지요. 총 2시간 20분 정도 그렸고, 사진을 찍은 후 30분 정도 전시한 후 지웠습니다.
이 일은 꽤 큰 충격이었습니다. 그때까지 저는 <샌드아트 공연>이란 조금 거칠게 그리더라도 속도가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관객들이 지루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그 거리에서 사람들은 제가 그림을 그리는 몇십 분 동안 지루함을 느끼지 않고 자리를 지키며 관람했습니다. ‘아, 천천히 그리더라도 잘 그리면 공연이 될 수 있구나’라는 걸 그때 깨달았습니다.
아주 작은 생각의 차이일 뿐이지만 한국으로 돌아와서 다시 활동을 시작했을 때, 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원래부터 손은 아주 빠른 편이었거든요. 그러니, 제한된 시간 안에서 누구보다 디테일하게 그려보자는 생각을 했죠. 다른 아티스트가 사람 얼굴 하나 그리는 시간에 저는 사람 얼굴을 그리고 명암까지 표현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점점 저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저도 계속 샌드 아티스트로서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죠. 지금 생각해 보면 이 작품이 제 인생을 바꾸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 혹시 샌드아트를 통해 작품을 표현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가 있다면 어떤 부분일까요? 혹은 작품을 만들 때 가장 신경쓰는 부분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저는 모래가 가지고 있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합니다. 모래도 다 같은 모래가 아니지요. 알갱이의 크기가 다르고 색도 조금씩 다 다릅니다. 샌드아트도 마찬가지입니다. 샌드아트는 하나의 장르라고 하기엔 범위가 꽤 넓습니다. 그림 그리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방법을 개발해 사용하고 있으며 주제 또한 천차만별입니다.
저는 욕심이 많은 편이라 한 명의 샌드 아티스트이지만 사실 많은 종류의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어떨 때는 모래의 질감을 강조한 그림을 그리려고 애쓰고, 어쩔 때는 모래를 이용한 지움과 더함의 조화에 초점을 맞추기도 합니다. 색 모래를 이용하거나 도구를 고안해 새로운 효과를 개발하는 데에 중점을 두기도 하고요.
반년 전만 해도 <빅 샌드아트>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발해 거기에 몇 달을 집중했었는데요. 요즘은 모래를 던져 그림을 그리는 기법에 빠져 있습니다. 모래를 던져 나오는 우연한 모양에 약간의 드로잉만 더해 새로운 형태를 만드는 것이지요. 제가 그림을 그린 다기보다 모래와 제가 함께 그림을 그린다고 할까요? 하면 할수록 정말 재미있는 작업이 되고 있습니다.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라고 한다면, 모래의 이중성, 모호성, 다양성을 이용해 지금까지 이 세상에 없었던 그림을 그리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그림 속 대상의 형태는 기존의 회화와 비슷하겠지만 지금까지 그 누구도 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그것을 표현하고자 합니다. 그렇게 저는 <지금까지 이 세상에 없었던 샌드 아티스트>가 되어가는 중인 것 같습니다.
🔎 이번 [아트삼양] 콜라보 작품에서는 어떤 내용을 표현하고 싶었나요?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보통의 작업과 다르게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궁금합니다.
이번 작업은 삼양 패키징에서 하고 있는 플라스틱 재활용이라는 굵직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저의 미션이었습니다. <플라스틱의 선순환>이라는 주제를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고민이 많았는데요. 중요한 장면을 ‘재활용 과정의 플라스틱 칩으로 그림을 그려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플라스틱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재활용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삼양 패키징 측에 재활용 플라스틱 플레이크와 플라스틱 칩을 보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한 번도 플라스틱 가루로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잘 그려질지 안 그려질지 모르는 일이었습니다. 자칫 헛수고가 될 수도 있는 요청이었지요. 다행히 삼양 측에서도 제 도전을 이해해 주셔서 플라스틱 가루들을 보내주셨습니다.
처음 플라스틱 칩으로 그려봤을 때는 거의 절망 수준이었습니다. 플라스틱 플레이크는 그나마 컨트롤할 수 있었지만 작은 공 모양으로 생긴 플라스틱 칩들은 사방으로 굴러다녀서 그림을 그리기가 불가능해 보였거든요. 알갱이도 모래와 비교하면 엄청나게 큰 편이라서 디테일한 표현은 애초에 포기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물러설 제가 아니었습니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결국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플라스틱 알갱이 한 알 한 알 소중히 다루는 모습은 이번에 제작한 영상에서 확인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제 웬만한 알갱이로는 다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웃음).
영상에서는 플라스틱 칩이 바로 옷으로 바뀌었지만 실제로는 중간에 하나의 공정이 더 있다고 합니다. 플라스틱 칩이 실로 바뀌는 과정이죠. 이번 영상에서는 플라스틱이 옷으로 바뀐다는 상징성을 강조하기 위해 실로 바뀌는 과정은 생략되었습니다. 그 밖에도 투명한 페트병의 표현, 분쇄기의 표현, 페트병의 입체감 등의 디테일을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이번 콜라보 작품은 플라스틱 재활용에 대한 메시지가 담겨있는데요. 플라스틱 재활용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되신 점이나 혹은 삼양그룹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된 부분이 있을까요?
페트병은 그리기 쉬운 대상은 아닙니다. 영상을 보는 분들이 ‘아 저건 페트병이구나’를 쉽게 알게 하기 위해서는 페트병의 특징을 잘 나타내야 하죠. 저는 처음 영상을 기획하는 단계에서 페트병의 특징을 표현하기 위해 별생각 없이 뚜껑을 같이 그렸습니다. 하지만 며칠 뒤 삼양 패키징 담당자분께서 ‘병뚜껑은 재활용이 어려워 별도로 선별합니다’라고 답변을 주셨습니다.
평소 집에서 분리수거를 할 때 페트병과 뚜껑을 같이 배출했는데, 다음부터는 분리해서 배출해야겠구나 생각했습니다. 또 삼양그룹에서 플라스틱 재활용에 앞장서 왔다는 사실도 이번 기회를 통해 처음 알게 됐네요. 좋은 일을 하시는 분들은 옆에서 계속 응원해 드려야 합니다. 저도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며 응원하겠습니다!
🔎 작가님 다음 전시회 계획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2021년 3월, 서울 시민청 갤러리에서 <시민과 함께하는 샌드아트>라는 제목으로 전시회를 열기도 했는데요. 샌드아트 그림을 찍은 사진, 공연, 실제 샌드아트 그림(전시 이틀 전부터 전시장에서 그림을 그렸습니다)을 전시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 전시는 저와 함께 팀으로 활동하시는 김희량 작가님, 세라 하나코 작가님, 김경환 작가님과 함께 진행했습니다.
샌드아트는 기본적으로 (다른 회화와는 다르게) 작품이 남지 않습니다. 그만큼 전시회도 어렵죠. 하지만 얼마 전에 (사진이 아닌) 실제 샌드아트 그림을 작품으로 남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일이 갑자기 많아져서 요즘은 작품 활동을 잘 못하고 있는데요. 틈틈이 작품을 만들어 전시회를 계획해 보겠습니다.
전시회를 기다리시기 어렵다면 제 인스타그램으로 작품을 보러 오세요! 인스타 계정 @sandstargram, 인스타그램에서 채승웅으로 검색하시면 쉽게 찾으실 수 있습니다.
🔎 벌써 2022년이 절반이나 지났습니다. 올해 안에 이루고 싶은 목표나 혹은 내년을 기약하고 있는 목표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일단 제가 운영하고 있는 회사가 안정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샌드아트 체험, 공연, 영상 등 우리나라에서 샌드아트와 관련된 모든 일을 가장 잘 해내는 회사로 만들겠습니다. 또 새로운 샌드아트 그림책을 내고, 새로운 샌드아트 공연을 만들고, 새로운 샌드아트 기법을 개발하고, 새로운 샌드아트 도구를 만들고, 새로운 작품을 만들 계획입니다.
샌드아트를 시작한 그날부터 제 머릿속은 샌드아트로 가득합니다. ‘만약에 샌드아트를 하지 않았다면?’ 어휴, 정말 생각도 하기 싫네요. 샌드아트는 지금까지 제 인생을 완전히 바꿔 놓았고, 항상 저를 더 좋은 사람이 되게 하고, 더 훌륭한 사람이 되게 합니다. <이 세상에 없던 샌드아트 작품을 만드는 샌드 아티스트>. 제가 죽는 날까지 항상 저의 목표입니다.
7월 아트삼양은 채승웅 작가님과 함께 샌드아트만의 매력을 가득 담아냈는데요. 이번 콜라보레이션 작품은 기존 샌드아트와 다르게 몇 장면에서 모래 대신 삼양그룹의 재활용 플라스틱 플레이크와 플라스틱 칩으로 표현되어 작품에 의미와 재미를 더한것 같습니다. 😊 삼양그룹과 채승웅 작가님의 콜라보레이션 작품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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